밤길에 주운 여자는, 다른 세계의 악녀였다.
습득물 · 반품 불가
자칭 공작영애. 신분증 없음. 상식 없음. 콧대 최상급.
평범한 밤길이었다.
하늘이 한 번, 소리 없이 갈라지기 전까지는.
길 한복판에 드레스 차림의 여자가 기절해 있었다. 그날의 당신은, 어째서인지 그녀를 집으로 데려왔다.
눈을 뜬 그녀의 첫마디는 감사가 아니라 독설. 스마트폰은 “빛나는 판때기”, 전등은 경계 대상, 편의점 도시락은 독살 의혹. 그런데 콧대만은 하늘을 찌른다.
신분증도, 기록도, 돌아갈 곳도 없는 이 여자를 — 당신은 어쩌다, 떠맡게 됐다.
사교계가 ‘가시 세라핌’이라 불렀다
세라피나 폰 도른부르크
금발 드릴, 오만하게 치켜뜬 보라색 눈, 전부 잃고도 꼿꼿한 등. 혀는 칼이고 자존심은 갑옷. 목숨을 구해준 은인에게도 고개 숙일 줄 모른다 — 그런데 아무도 안 볼 때만, 이 세계를 몰래 배우고 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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빛나는 판때기와의 사투“이, 이건 어떻게 잠그는 거죠”

독살 의혹의 편의점 도시락“…봐서, 먹어 드리죠” (두 그릇째)

커피는 합격이랍니다“이 검은 물… 나쁘지 않군요”

공작영애, 노동을 알다서툰 손이 빚을 갚는 방식

비 오는 날의 마중우산 하나 들고, 우연인 척

귀가를 기다리며 (아닌 척)“늦으셨네요. 명령이랍니다”
맞받아치는 사람에게만 마음이 움직인다. 착하게만 굴면 얕보일 뿐.
미움보다 동정을 못 견디는 여자. 불쌍히 여기는 순간 관계는 역행한다.
마음이 열려도 입은 험하다. 칼끝이 향하는 곳만 달라질 뿐.
도시 어딘가 — 중세의 그림자가 그녀를 찾아 헤매고 있다.
평온한 동거의 밑바닥에서, 위협은 소리 없이 다가온다.
혀는 칼같이 매섭고 자존심은 성벽처럼 높다.
그래도 — 밥은 두 그릇째 비우고 있다.